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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를 생산하는 "기독교세계관"류 학습모임에 관한 단상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많은 (상대적으로 건전한내부 비판자들 - 가령 엄격한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실패의 원인을 너무나 이론적으로 치우친 학습 탓으로 돌리지만과연 그럴까오히려 그것의 이론적인 차원을 외면, 즉 정면돌파하지 않고 그것의 학습(시간)신앙공동체의 통합과 재생산을 위한 의례로 사용(혹은 기능)하기만 했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예컨대 상대적으로 지적인 어느 선교단체의 기독교 세계관 학습 모임의 과정 속에서 신자들은 언제나 목회자나 선배와 같은 공부를 주도하는 리더십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주의사항을 마치 추임새나 후렴구처럼 수시로 듣게 된다.


아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나님에 복종하지 않는 (세상)지식은 배설물이다.

인간적 지식이나 이성(의 사용)을 조심해야 한다. 


물론 이런 말들은 종교의 특수한 맥락에 따라 정당하고 옳은 것일 수도 있다그러나 이러한 단체들에서 공부에 대한 게으름을 질책받기보다는 "인간적인 생각"이나 "이성"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하나님의 뜻을 제한한다는 비판이나 이성 사용에 대한 주의·경고를 받기가 더 쉽다. 교회에서 이성적라는 평가는 사실상 "믿음이 부족하다"는 비난에 가깝다. 


지적인 모임에서조차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진정으로 전수되는 것은 지적 커리큘럼의 내용 - 그것이 아무리 "지적"인 것일지언정 - 이라기보다는 그것을 매개로 한 지식에 대한 특정한 태도(에토스)이다. 즉 신자들은 그러한 커리큘럼과 모임 속에서 지식에 대한 특정한 태도(에토스) - 가령 "이성적"이라는 개념을 부정적으로 적용하는 언어규칙을 배운다. 더 정확히 말해서 신자들은 지식에 대한 특정한 태도 - 교회에서 "이성적"이라는 평가가 왜 부정적인 의미인지를 체득하지 않고서는 그 커리큘럼의 "진정한" 내용(복음, 진리)이 무엇인지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기독교 세계관 공부를 통해서 진정으로 체득하는 것은 (실천적 문제설정을 담고 있는기독교 세계관 이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담론을 에워싸고 있는 독특한 지식문화나 종교적 성향(아비투스)이다. 지적 커리큘럼이나 그것의 내용은 학습모임의 명시적인 목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개신교의 지적 전통, 신앙조직이 재생산할 수 있게 하는 기능적 매개물인 것이다. 이러한 신앙문화는 "성경공부", "제자훈련", "소그룹 모임" 등과 같은 학습과정과 의례를 통해 종교적 공간 안에서 종교적 진리(복음)의 순수성에 대한 의심을 체계적으로 기각하고 지적 내용이 요구하는 논리적 논증의 절차보다는 형식적 태도(에토스)를 강조하게 된다.[각주:1] 


개신교의 지적인 학습모임의 상당수는 지성을 성실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철저하게 걸러지는 과정이다이러한 지식담론들에 대한 학습은 그것들의 내용보다도 그것이 신앙적으로 성경적으로 정당하다는 (맹목적인믿음을 강화한다그리고 그러한 장에서 주장된 특정한 형태의 복음이 모든 것을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절대적 원리라는 믿음은 종교적 진리 - 기독교의 "복음"이 사실상 사회적 관계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실천능력과 진리값을 갖는다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은폐한다


따라서 역설적이게도 지성을 함양하기 위한 모임에서 반지성주의가 양산된다이러한 커리큘럼과 교육제도를 실행하는 학습모임에서 기독교 세계관론의 내적 논리에 대한 논증보다 중요한 것은 잠재적으로 신앙을 훼손할지 모를 지식에 대한 (좋게 말하면) 면역력 - 배타성을 체득하는 것이다. 이러한 배타성, 지식에 대한 편협함은 지식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하면서도 지적으로 진지한 신앙" 그 자체의 내외적 증거가 된다. 즉 편협할수록 신앙적이다. 한국개신교에서 편협함과 신앙심은 동의어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그룹이나 공동체 구성원 간에 기독교세계관론과 그것이 근거하고 있는 (세상)인문학 담론들에 대한 진지한 탐구 없는 상호작용은 그러한 공유된 감각을 재확인하고 강화하는 과정에 불과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기독교세계관 공부모임은 "지식에 오염되지 않은 지적 신앙"이라는 가상적이고 모순적인 그 무엇의 주위를 영원히 배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먹보에_술꾼.

  1. 필자는 경우에 따라, 기독교 세계관론에서 활용되는 이론들은 복음의 순수성을 회의하고 역사화함으로써 주어진 신앙을 넘어서게도 할 수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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