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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카이로스 포럼(2014.8.2) 공공의 적, 공공의 신: 한국개신교는 공적 영역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 (김현준-카이로스 대표, 김현준-카이로스 연구원 공저) 발표문 광장에 선 호모포비아?: 후기 세속사회 공론장에서의 공공성 투쟁”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고 재편집하여 싣습니다. 

  사적인 영역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했던 종교가 공적 영역에 다시 등장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하버마스는 오늘날 근대 도구합리적 이성 또는 세속주의의 폭력성의 반작용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도구합리적 이성은 과학주의와 자연주의에 집착하여 그 외의 설명방식과 합리성을 모두 비합리적인 것으로 배격하고 계몽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려는 이성의 탈을 쓴 폭력과 야만의 세속주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Habermas, 2008b: 7-8). 이 세속주의 또는 세속적 이성은 종교의 고유성을 퇴색시키고 종교를 공적인 영역에서 퇴출시켰다. 그리고 종교적 신념을 가진 행위자들을 정체성의 위기에 빠뜨림으로써 강력한 인정투쟁의 동기화를 추동하게 되었다(이시윤, 미간행; Habermas, 2001: 30; 2003: 101-102). 이러한 세속 사회 속에서 종교는 정체성 위협에 대응하는 인정투쟁의 정체성 자원이 되고(Habermas; Tayler; Honneth), 공공성을 주제화한다는 것이다(최신한, 2013: 202). 

  게다가 현대사회에서 낙태, 존엄사, 복제기술 등의 문제에서 상이한 전제들이 매우 불명료하기 때문에 종교공동체 입장에서는 세속적 입장의 도덕적 직관을 신뢰하고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Habermas, 2008b: 30). 이는 종교가 추구하는 내재적 가치가 현실에서 훼손되거나 부조화되기에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정태식, 2013: 158). 

  그리고 종교 행위자 스스로가 자신들이 지닌 사회적 위상이 훼손되거나 폄하되었다고 판단되었을 경우에 공론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정태식, 2013: 158). 가령 ‘종교편향’ 논란은 종교의 개입의 빌미가 되기도 하며 국가의 공권력이나 강압적인 종교정책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위 ‘박탈이론’은 바로 한국 보수 개신교의 기독당이나 정치참여의 동기를 설명해준다. 자본주의 발전과 지배담론의 전개와 더불어 사회경제적, 담론의 소외계층은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들에게 종교는 하나의 보상체계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글락(Charles Glock)은 종교참여를 야기하는 박탈감을 경제적, 사회적, 유기적, 윤리적, 정신적 박탈감으로 구분하였다(김종서 1990: 107-108; 이원규 2004: 144). 특히 이러한 박탈감은 상대적이며, 물질적 소유(경제적), 육체 및 정신적 결함(유기적) 등 하부구조적 조건 뿐 만 아니라 명성과 권력 등 사회적 보상(사회적), 사회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와의 괴리(윤리적), 개인의 삶을 해석하는 가치체계의 부재(정신적)와 같은 상부구조적 조건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군부 독재정권 이래로 정치적 헤게모니를 차지하던 반공세력이 1987년 이후의 제도적 민주화와 남북 화해분위기와 더불어 나타난 기독교 내 방북사건을 계기로 한기총을 결성한 점, 금란교회 및 순복음교회 등 대형 교회에 대한 비리 폭로, 사학법 개정 등의 사건들이 일어난 1997-2007년 김대중-노무현 정부 집권 기간을 일종의 “잃어버린 10년”으로 지칭하는 기독교 내 일부 세력의 주장에는 종교를 구실로 사회적, 윤리적 박탈감을 보상받으려는 의지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사회변동에 따른 윤리담론의 변화 역시 기독교가 전통적으로 고수해 오던 윤리적 입장과 괴리되면서 기독교 세력에게 일종의 위협이 되었으며, 이는 그들이 보다 윤리와 도덕 문제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려는 동기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특히 2000년대의 사학법 개정 기존 종교사학재단이 누려오던 자율성이 침해되는 국가의 개입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사회적 위상이나 영향력, 공신력의 추락 및 개신교의 성장정체에 따른 박탈감(강인철, 2001; 2002; 2012; 신재식, 2012; 조창연, 2009; 최종철, 1992)과 ‘문화·사상적 위기 담론’(김현준a, 2013)과 종교적 가치의 보존 욕망이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근대 이래로 공적인 것 자체의 확장/재정의 과정에서 종교 역시 공적인 지위를 획득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아사드에 의하면 공적 영역은 애초에 여성, 무산자, 종교적 소수자에게는 예외적/배제적 공간이자 ‘즉각적으로(at an instant)’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아니라 ‘들릴 만한’ 말을 하는 자에게만 국한된, 그래서 한 사회의 기존 법제, 암묵적 관습이 주는 한계와 더불어 특정 주장을 표현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서 소요되는 시간, 공간의 한계 역시 존재하는 영역이다(Asad, 1999: 180-181). 이는 바꿔 말하면 시간의 흐름과 장소에 따라 공적 영역에서 ‘들릴 만한’ 아젠다가 확대,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벤하비브 역시 다원화된 민주 사회에서 법적 중립성(neutrality)를 표방하는 공적 영역이 결국 좋은 것(good)과 정당한 것(just) 사이의 구분을 두고 벌어지는 정치적 투쟁에 따라 과거에는 단순히 사적이었던 것들이 향후에는 공적 관심사로 주목받아왔다는 점을 지적한다(Benhabib, 1992: 83). 특정 여성, 유색인종 등이 공적 주체인지의 여부, 또는 작업장에서의 노동복지, 출산과 육아, 성적 지향이 정치적으로 유의미한지 여부가 사회적, 역사적 투쟁에 따라 결정된다면 특정 시점에서의 공적 영역의 중립성은 완벽하거나 영구적이지 않다. 테일러가 지적하였듯 세속주의자들이 강조하는 공적 영역에서의 종교의 배제는 다원화된 민주 사회에서 세속국가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인데(Taylor, 2011: 51), 이러한 중립성이 결국 다양한 사회 세력 간의 권력균형에 따라 결정된다면 종교의 공적 지위 역시 가변적일 수 있다. 비단 배제된 주체들의 권리 확대 뿐 만 아니라, 예컨대 2001년 조지 W. 부시의 집권 및 9.11이 이후 네오콘 세력과 그들을 지지하는 근본주의자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급증한 특정 개신교 세력의 부각과 이에 따른 논쟁 역시도 지배연합의 세력관계 변동에 따른 공적인 것, 그리고 그것의 중립성을 두고 일어나는 정치적 투쟁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근대 이래로 국가-사회관계와 민족주의 간에 내재된 정치적 주체화 작용 역시 종교의 공적 재등장과 무관하지 않다. 국가가 일면 공적인 것, 옳은 행위에 대한 정의, 그리고 이를 결정하는 상징권력을 독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사실 국가는 그것이 사유되는 단일성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다양한 세력들의 행위양식들, 그리고 그것들과 “공식적(official) 법” 사이의 투쟁이 일어나는 장(field)이라고 할 수 있다(Bourdieu, 1999; Migdal,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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