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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김승수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의 특징들

*이 글은 2013년 9월 비평루트 재발간호부터 연재한 제 석사 논문의 통치성 파트의 마지막 꼭지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의 특징"을 이 지면에 맞게 정리한 것입니다. 먼저 연재된 “신자유주의 시대, 어느 개신교 청년의 회심과 정체성에 대한 단상(http://cairos.tistory.com/213)”와 "통치성이란 무엇인가?(http://cairos.tistory.com/229)," "자유주의, 사회를 통한 국가의 통치적 열망(http://cairos.tistory.com/237)"에서 논의된 개념들을 바탕으로 글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글에서는 복지주의의 패해와 실패를 지적하며 새롭게 부상했던 독일의 질서자유주의와 미국 시카고학파의 신자유주의에서 발견되는 자유주의적 통치성의 변형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적 통치성(neo-liberal governmentality)의 특징들을 그려내고자 합니다. 시작하겠습니다.  

 




푸코는 복지주의의 폐해와 실패를 지적하며 새롭게 부상하는 독일의 질서자유주의와 미국 시카고학파의 신자유주의를 자유주의의 새로운 통치성의 변형으로 보고, 신자유주의적 통치성(neo-liberal governmentality)의 기원을 이들에게서 찾는다. 제 2차 세계 대전 도중과 이후에 발흥되어 독일 연방 공화국의 초기 몇 년 동안 중요한 역할을 했던 독일의 질서 자유주의 학파는 복지주의의 ‘반자유주의적(anti-liberal) 정책'이 독일로 하여금 나치즘과 같은 국가 사회주의를 경험하게 했다고 생각했다. 이들에게 사회주의는 자유주의가 양산한 여러 사회문제들로부터 벗어나려는 지속적인 후퇴의 결과로 이해됐다. 이들은 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그 통치를 불합리성과 미숙함으로 이끄는 필연적이고 내제된 논리를 가진다고 믿지 않았고, 이런 문제들을 정치적 제도와 사회 정책들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러므로 이들은 순수한 경제적 과정으로서의 자본주의는 없으며, 자본주의적 질서가 정치적 선택과 행위, 제도나 정책의 소산으로서 역사적·우연적으로 존재하게 된 것이라고 보았다. 질서 자유주의의 도식에서 시장은 더 이상 내재적 법칙들을 가지는 유사 자연적 실재가 아니다. 오히려 시장은 “정치적 개입”과 “중재”에 의해서만 구성되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된다. 이러한 견지에서 경쟁 또한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완전하게 순수한 경쟁이란 것 또한 있을 수 없다. 시장 메커니즘과 경쟁의 효과는 자연적 대상이 아니며 통치의 실천이 개입하고 중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견지에서 질서 자유주의는 사회와 시장 경제의 경계적 구분을 인정하지만 사회가 경제의 원리에 따라 구성되고 관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시카고 학파의 신자유주의는 사회와 경제 사이의 이러한 경계적 구분을 제거하고 “사회에 대한 경제의 확장”을 추구한다. 즉 경제적 영역이 아닌(혹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영역에 “경제적 합리성”과 “형식”을 옮겨놓으려 한다. 질서자유주의자들이 경제의 이름으로 사회를 통치하는 개념을 추구했다면, 시카고 학파의 신자유주의자들은 사회적인 영역을 경제적인 영역의 형식으로 ‘재편성'하려 한다. 그러므로 경제 그 자신을 넘어 경제적-합리적 행위 모델을 넓혀나가는 것이 중요해진다. 경제는 이제 경쟁하고 있는 목표들을 위해 부족한 자원들의 스스로 분배하고 투자해야하는 “인간 행위의 전부”를 포함한다. 사회 자체를 경제의 형식으로 재편성하기 위해, 통치 스스로가 경쟁을 보편화하고 경제적-합리적 행위 모델을 넓혀나갈 기술들과 시스템들을 고안하는 “기업가”로 자리매김하며, 통치 행위는 일종의 “기업가적 행위 모델”로 재편된다.[각주:1]



렘케(Lemke)는 고전적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차이점을 다음 두 가지 점에서 주목한다.[각주:2] 첫째, 국가와 경제 사이의 관계이다. 자유주의에서는 국가에 의해 시장이 형성되지만, 신자유주의에서는 시장에 의해 국가가 형성된다. 앞서 설명한 신자유주의의 사회에 대한 경제 형식의 확장은 국가와 경제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게 한다. 사회의 모든 영역을 경제적 형식으로 재편하려는 통치적 노력과 함께, 시장 자체가 국가의 기저에서 “국가를 조직하며 운영하는 원리”가 된다. 고전적 자유주의의 합리성 개념에서의 국가와는 다르게, 신자유주의에서 국가는 시장자유를 감시하고 보호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국가가 통치할 “사회는 없다.”[각주:3] 이들에 따르면, 우리가 사회라고 부르는 것은 통치적 개입의 고안물이며,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통치 기구들이 경제적 성과를 내는데 있어 경제적·사회적 비용 면에서 장애가 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과도한 통치에 반대하는 것만큼이나 이들은 반사회적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이러한 주장은 한편으로, 비경제적 영역들에 경제적·합리적·기업가적 행위 모델들을 확산시킴으로써 사회와 주체들의 ‘자율화'를 촉진시킨 것으로, 그럼으로써 국가와 사회의 영역을 개인들이 ‘책임'지도록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통치의 기초이다. 자유주의에서는 통치의 기초가 개인에게 자연적으로 주어진 권리로 전제되는 “자유”에 있지만. 신자유주의에서는 개인의 “경제적-합리적·기업가적 행위”에 있다.[각주:4] 신자유주의적 사고는 주체를 “homo economicus(경제적 인간)”로 상정한다. 경제적 계산을 통한 합리적 선택은 인간의 근본적인 능력으로 특권화 되고, 사회적 영역이 경제적 형식으로 재편됨으로써 비용-이득에 대한 합리적 계산·평가·선택이 가족과 결혼 생활, 직장 생활 등등에 적용된다. 그러나 합리적으로 비용과 이득을 계산하는 신자유주의의 경제적 개인은 19세기 자유주의적 사고에서의 “경제적 인간”과 다소 다르다. 고전적 자유주의의 합리성 개념에서 개인의 자유는 합리적 통치를 위한 기술이자 그 전제조건이었다. 자유에 근거한 경제적 인간의 행위는 통치에 의해 절대 간섭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더 이상 통치 행위를 제한하고 규제하는 합리적 원리를, 본래적으로 주어졌다고 가정된 자유에서 찾지 않는다. 대신 경제적·합리적 개인들의 기업가적이고 경쟁적인 행위를 그 특징으로 하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자유를 통치의 원리로 삼는다. 심지어 스스로의 정치적 통치의 형식 또한 경제적 형식으로 재편성하려 한다. 고전적 자유주의의 개념에서 경제적 인간이 통치 행위의 외부적이고 불가침한 한계를 형성하는 반면, 시카고 학파의 신자유주의의 개념에서 경제적 인간은 비용-이득 계산을 통해 자신의 환경의 변화에 끊임없이 반응하는 “합리적 인간”임과 동시에, 행동주의적으로 “조작 가능한” 인간이다. 고전적 자유주의에서는 사회 현실이 자유롭게 돌아가도록 통치를 제한한 반면, 신자유주에서 현실은 “프로그램화” 가능하고 프로그램에 의해 “변화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통치성과 관련하여 신자유주의가 갖는 특징적 변화들을 조금 더 알아보기로 하자. 먼저, 신자유주의적 현실은 개인과 사회조직을 자율화·주체화시키는 새로운 “사회적 기술들의 복수화(a new pluralization of social technologies)"를 통해, “국가의 탈통치화(de-governmentalization of the State)" 그리고 “통치의 탈국가화(de-statization of government)"가 구체화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각주:5] 복지국가에서 이루어졌던 전문화된 국가 기구들의 개입과 간섭과 같은 통치 형식으로부터, 다양한 기관과 조직, 전문가들에게로 ‘다양한 통치 기술'들이 ‘분리'되고 ‘개발' 된다. 이는 지배적 권력의 통제나 간섭과 같은 직접적인 방식에 의지하지 않고 ‘멀리에서도' 사회를 통치하기 위해, 주체들과 조직들이 스스로를 통치하고자 하는 ‘의지'들과 통치할 수 있는 ‘기술'들의 개발을 야기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견지에서 신자유주의는 지배 권력의 개입이 감소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통치의 실행을 위해 필요한 전문지식과 기술들이 재편성되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개인을 주체화·자율화하는 기술들은 국가·사회적 영역으로 여겨지던 것들을 개인이 책임져야하는 것으로 당연히 여기게 만든다. 개인 주체들을 ‘책임감 있게’ 만드는 전략과 기술들은 질병, 비고용, 빈곤, 범죄 등과 같은 사회적(혹은 이전에 사회적인 것이라 여겨졌던) 삶에 대한 책임을 “자기 돌봄”의 문제로 변형시킨다. 국가는 더 이상 직접적인 방식으로 통치하지 않으며, 통치는 더 이상 국가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통치 권력은 개인들을 주체화·자율화하고 책임을 지우는 “전문가”들과 다양한 “기관들”(학교, 병원, 감옥 등)의 “기술”과 “지식”들을 통해, 그리고 이러한 기술·지식 형성을 위한 “법적·기관적·문화적 조건”들을 만들어냄으로써 그 통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각주:6] 



다음으로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사회에 대한 경제적 형식의 확장, 즉 시장화(Marketization)는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관계를 구매자와 공급자의 관계로 재편함으로써 “전문가의 복수화(the pluralization of expertise)”를 이끈다.[각주:7] 신자유주의적 통치하에서 복수의 전문가들은 경쟁과 책임 그리고 소비자의 요구의 합리성에 의해 통치되는 시장 안으로 편입된다. 전문가들의 지식은 그 ‘진리가(眞理價)’보다 ‘시장가(市場價)’에 의해 평가된다. 전문적 지식은 그 자체의 옳고 그름보다, 그 지식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에 의해 평가받는다. 자유주의적 통치하에서 미리 가정된 ‘사회’를 통해 통치하던 전문가들은 이제 사회를 대신하는 경제적 현실, 즉 시장에 위치한 개인들의 ‘욕구’들과 대면한다. 이제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욕구와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경제적-합리적 선택"들을 통해 통치한다. 전문가들과 정치 사이의 관계 또한 변화된다. 복지국가에서 전문가들은 지배 권력으로부터 권위를 부여받고 국가 통치와 밀접히 관련 맺으며 통치 실천을 실증적 지식으로 통계화 했다. 하지만 이제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자기실현·자기만족·자기 돌봄을 위한 기술들과 지식들을 전수하며, 개인들이 스스로를 주체화, 자율화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통치한다. 즉 전문가들은 국가가 개인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가능하게지게 함으로써 통치를 돕는다. 전문가의 지식 또한 다른 방식으로 관계 맺게 된다. 19세기 중반의 자유주의에서 인간 행동에 대한 전문가적, 실증적 지식에 부여되었던 권위들은 감사·평가·경영하는 기술들과 지식들로 옮겨간다.



특히, 이러한 전문가의 복수화와 그 진실 주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감사(audit)”는 통치의 핵심적인 기술이 된다. 스스로의 통치 형식까지 기업가적 형식으로 탈바꿈해가는 지배 권력은 투자하고 통치할 대상을 감사 가능하도록 만듦으로써 “먼 거리에서도” 통치를 가능하게 한다. 반면 신자유주의적 사회 안의 개인들에게 기업이나 전문가에 대한 감사(audit)와 그 지식들은 불확실한 현실 속 자신의 선택에 따른 손해 가능성과 그 위험(risk)의 정도를 예측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체의 경제적-합리적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푸코의 통치성의 관점에서, 개인 주체가 ‘감사(audit)’를 통해 자기 선택의 위험(risk)과 손해가능성에 대해 예측하는 행위는 신자유주의적 통치에 포섭되는 실천이기도 하다. 이들이 감당해야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위험(risk)”은 주체를 둘러싼 외부현실을 경영하고 관리해야할 대상으로 가시화하는 “지적 테크놀로지”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각주:8] 그러므로 위험한 객관적 실재가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특정한 실재를 위험이란 범주에 끌어 모으고 그것을 통계적 지식에 근거하여 계산함으로써 주체가 그 위험을 스스로 책임지고, 대비하고, 그 비용을 감당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위험(risk)의 통치기술은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미래를 가정하며, 그러한 위험을 스스로 감당하고 경영하는 기업가적 문화와 주체를 형성하게 한다. 또한 사회현실의 불확실성 속에서 자기실현·자기만족적인 삶을 합리적으로 선택하기 위하여 자기 행위에 대한 비용-이득을 “계산·평가·관리”하는 기술과 지식들이 요구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자유주의적 통치 하에 권력을 부여받았던 전문가의 인문사회과학적 지식들의 중요성은 감소하고, 시장화를 위한 감사·평가·회계·경영의 지식들과 기술들이 지배 권력과 주체 모두에게 중요해지는 것이다.[각주:9]

*다음 호에서는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이 고안하는 담론들과 자기의 테크놀로지들을 습득, 전유함으로 나타나는 "신자유주의적 주체의 형성"을 이야기하며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에 대한 연재 글을 매듭짓고자 합니다.    

글_ 김승수 (카이로스 회원, 콜로라도 대학 미디어 연구 박사과정, Center for Media, Religion, and Culture 연구원)  

  1. Burchell, G.(1996) Liberal government and techniques of the self. In Barry, A., Osborne, T.& Rose, N.(Eds.), Foucault and Political Reason. pp.1-17. London, UK : UCL Press. Rose, N.(1994). Governing "advanced" liberal democracies. In Barry, A., Osborne, T.& Rose, N.(Eds.), Foucault and Political Reason. pp.1-17. London, UK : UCL Press. Rose, N. & Miller, P.(1992). Political power beyond the State: problematics of government. Economy and Society, 43(2), pp.173-205. [본문으로]
  2. Lemke, T.(2001) 'The birth of bio-politics': Michel Foucault's lecture at the College de France on neo-liberal governmentality. Economy and Society , 30(2), pp.190-207. [본문으로]
  3. Burchell, G.(1996) Liberal government and techniques of the self. In Barry, A., Osborne, T.& Rose, N.(Eds.), Foucualt and Political Reason. pp.19-36. London, UK : UCL Press. [본문으로]
  4. Burchell, G.(1996) Liberal government and techniques of the self. In Barry, A., Osborne, T.& Rose, N.(Eds.), Foucualt and Political Reason. pp.1-17. London, UK : UCL Press. Gordon, C.(1991). Governmental Rationality: An Introduction. In Burchell, G., Gordon, C.& Miller, P.(Eds.), The Foucault Effect. pp.1-52.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본문으로]
  5. Rose, N.(1994). Governing "advanced" liberal democracies. In Barry, A., Osborne, T.& Rose, N.(Eds.), Foucault and Political Reason. pp.37-80. London, UK : UCL Press. [본문으로]
  6. Barry, A., Osborne, T.& Rose, N.(1996) Introduction. In Barry, A., Osborne, T.& Rose, N.(Eds.), Foucault and Political Reason. pp.1-17. London, UK : UCL Press. Burchell, G.(1996) Liberal government and techniques of the self. In Barry, A., Osborne, T.& Rose, N.(Eds.), Foucault and Political Reason. pp.19-36. London, UK : UCL Press. Lemke, T.(2001) 'The birth of bio-politics': Michel Foucault's lecture at the College de France on neo-liberal governmentality. Economy and Society , 30(2), pp.190-207. [본문으로]
  7. Rose, N.(1994). Governing "advanced" liberal democracies. In Barry, A., Osborne, T.& Rose, N.(Eds.), Foucault and Political Reason. pp.37-80. London, UK : UCL Press. [본문으로]
  8. O'Malley, P. (2000). Uncertain subjects: risks, liberalism and contract. Economy and Society, 29(4), pp.460-484. 서동진(2005).「자기 계발의 의지, 자유의 의지-자기 계발 담론을 통해 본 한국 자본주의 전환과 주체형성-」, 연세대학교 대학원 박사 학위 논문. [본문으로]
  9. Barry, A., Osborne, T.& Rose, N.(1996) Introduction. In Barry, A., Osborne, T.& Rose, N.(Eds.), Foucault and Political Reason. London, UK : UCL Press. Rose, N.(1994). Governing "advanced" liberal democracies. In Barry, A., Osborne, T.& Rose, N.(Eds.), Foucault and Political Reason. pp.37-80. London, UK : UCL Press. Rose, N. & Miller, P.(1992). Political power beyond the State: problematics of government. pp.198-201. Economy and Society, 43(2), pp.173-205.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