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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도 듣지 못했나..." [최규창]

-이 글은 김동호 목사의 '나꼼수 비판'에 응답하는 최규창 님의 글입니다. 페이스북에 올려진 글을 허락을 받아 개재합니다.  

한 젊은 부부가 마티즈를 타고 가다가 신호대기로 정차하고 있는데 뒤에서 에쿠우스를 타고 오던 한 눈 찢어진 노인이 마티즈를 들이 받았다. 마티즈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되었고 아내는 정신을 잃었고 남편은 간신히 정신차리고 차에서 기어 나왔다. 그런데 에쿠우스 운전자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그의 연락을 받고 온 이상한 사람들(경호원)이 갑자기 우루루 달려오더니 다짜고짜 마티즈 운전자에게 욕을 하며 몰아 세운다. 당신이 후진하면서 에쿠우스를 들이받지 않았느냐고. 마티즈 운전자는 너무나 억울해서 욕이 목구멍까지 나오는 것을 참고 있는데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무심히 지켜만 보고 있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 다들 자기 길을 가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마티즈 운전자는 억울한 마음에 가로막는 경호원들을 뚫고 에쿠우스 운전석으로 가서 차 문을 두드린다. 차문 유리가 내려가면서 찢어진 눈으로 노려보는 노인의 얼굴이 나온다. 뭐 같잖은 녀석이 이렇게 시끄럽게 하냐는 표정이다. 그리고 경호원들과 얘기하라며 다시 창문을 올린다. 사과 한 마디 없다. 젊은이가 경찰을 불렀는데 30분만에 왔다. 그런데 대충 조사만 하더니 마티즈 운전자에게 수갑을 채운다. 경찰들은 정황증거, 주변 증인들의 진술 다 거부하고 사건을 보지도 않은 경호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마티즈 운전자의 후진에 의한 사고로 현장 조사를 마무리하려는 기세다. 증거자료인 바닥에 타이어 긁힌 자국도 경찰이 직접 친절하게 지워주고 있다. 마티즈 운전자는 어이없고 화가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상황을 설명한다. 사람들은 술렁이며 에쿠우스 운전자를 욕하기 시작한다. 경호원들은 약간 당황하는 눈치다. 마티즈 운전자인 젊은이도 에쿠우스를 향해 욕을 한다. "야 이 ㅅㄲ야, 당신이 인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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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옆을 지나가던 한 목사가 마티즈 운전자를 꾸짖는다. "젊은 사람이 못 쓰겠네, 어른한테 욕을 해대고. 원수도 사랑하라는 말도 듣지 못했나. 자네가 욕을 하면 똑 같은 사람이 되는 거야. 내가 목사라서 이런 말 하는 건 아니지만, 성경에 보면 욕하는 건 악한 거라고 나와 있네.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나는 지나가는 길이라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젊은 사람이 그러면 안되지. 사실 난 지금도 죽을 각오를 하고 자네한테 충고 하고 있는 걸세..." 이미 상당한 사회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그 분은 뚝하면 '죽을 각오'를 했다고 책도 쓰고 설교도 하는 분이다. 무슨 위험한 일에 참여하셨는지는 모르지만... 분위기 파악 못하는 이 말에 주변의 분위기는 이상해지고, 마티즈 운전자는 앞으로 절대 교회엔 다니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죽을 뻔한 건 당신이 아니라 바로 나와 내 아내였다고 중얼거리며 속으로 울분을 삭인 채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_최규창(주식회사 프리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