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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한나

"개신교의 동성애 논쟁: 적대적/우호적 집단의 감정과 의례"(정원희)에 대한 토론문



*제3회 카이로스 포럼(2014.8.2) 공공의 적, 공공의 신: 한국개신교는 공적 영역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 토론문
                                                                                                                                                 
                                                                                                                                       김한나(카이로스 연구원)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이 추진되는 국면에서 보수 개신교의 강력한 반대운동이 기억난다. 그들은 기존에 선거철 장로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나, 종교 행사, 혹은 자신의 분명한 이권이었던 사립학교법 수호에나 행사하였던 조직력을 그다지 무관해 보이는 이슈와 대상의 저지에 몰두했다. 차별과 성소수자에 대한 시민사회 공론장이 형성되는가 싶다가도, ‘죄’라는 종교적 수사가 성소수자 관련 논의를 압도하는 듯 보였다. 결국 법안은 후퇴되다 못해 철회되었다. 보수 개신교회는 그렇지 않아도 정숙과 문란의 이분법으로 여성과 청소년을 억압해 온 한국사회의 섹슈얼리티에 말 그대로 섹슈얼리티의 ‘바이블’을 들고 개입했다. 이 시점에 개신교회의 보수성에 문제의식을 느낀 시민들과 성소수자들은 인권 활동에 대한 ‘자부심’과 기득권 층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반대로 보수 개신교 혐오세력은 첫 ‘승리’의 로맨틱한 감정을 각각 공유했던 것 같다.

  우리는 성서에 근거를 둔 젠더, 인종, 민족 간의 차별을 경험하였던 과거와 마찬가지로 섹슈얼리티 이슈에서 재차 성서와 교리가 정치적인 것이며, 정치적이어야 함을 확인한다. 특히 동성애나 이성애, 출산과 양육 등 섹슈얼리티(sexuality) 담론은 몸이 권력의 발현 지점이라는 점 때문에 지배담론에 의해 쉽사리 ‘창조섭리’로 이해된다. 그러나 분명 섹슈얼리티는 개신교회 안팎에서 가장 논쟁적이고 억압적인 담론이다.

 정치의 한복판에 서 있는 개신교의 동성애 논쟁에서 성서는 개신교인들의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는데 절대적인 변수가 아니며, 두 집단의 감정과 의례가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발표자의 연구는 이런점에서 의의가 있다. 사실 한국 보수 개신교의 교리와 내부적 제도에 따르면 성소수자 인권 옹호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일부는 전혀 다른 성서 해석을 통해 옹호에 앞장서고 있다. 발표자는 이 차이가 찬/반 주체의 “사회관계 상의 역할과 정체성”이 다른데서 기인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성서보다 ‘적대의 감정’이 판단과 사회참여의 동기가 된다는 것이다. 찬성 집단과 반대 집단을 적극성의 정도에 따라 세밀하게 나눔으로써, 집단 별 참여 계기, 집합적인 의견의 형성, 감정과 의례에서의 각각의 특성과 차별화된 현상의 다양한 결을 성공적으로 드러내 주었다. 본 토론문을 준비하며 발표자의 석사논문 원문을 읽어 보았는데, 특히 많은 공을 들여 꼼꼼한 자료조사와 분석을 한 본문에서 비슷한 고민과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담긴 내용 이상의 귀감을 얻을 수 있었다.


손 안대고 코 풀기, 성찰 없이 윤리를 선점하기
  본문에서 언급하였듯이 한국 교회의 전반적 위기는 적대적 집단에게 두려움과 수치심이라는 감정적 환경을 조성하였다. 한국 개신교회가 과도한 물질적 성장을 추구함으로써 포기한 계급적 윤리와 끝도 없이 추락하는 사회적 신뢰와 공신력을 대신하여, 성소수자를 타자화 하는 아주 손쉬운 방법을 통해 잃어버린 윤리적 정당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보수 혐오세력이 성소수자 집단에 대한 적대적 감정과 태도에 ‘죄’와 ‘타락’이라는 종교적 문법을 철저히 적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를 배제하고 색출하는 것은 아무런 성찰과 노력을 요하지 않고도 윤리적 특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류집단을 벗어나 낯선 이들과 상호소통을 통해 윤리적 존엄을 쌓아가는, 어쩌면 불편하고 어색한 과정에서 요구되는 애도와 죄책감, 성찰 등의 감정이 적대적 집단에서 보이지 않는다.


소극적 참여집단, 관망하는 사람들의 가능성
  그래서 적대적인 입장이지만 소극적 참여집단이 가진 “혼란스러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찬반 구분에 의하면 적대적인 입장에 속할 수 있으나, 이들이 느끼는 감정적 혼란스러움은 유일신과 선악 이분법과는 아무래도 어색하다. 혹시 이들의 감정적 입장이 “시험에 든 것”이라는 식의 종교적 언설로 단순화되는 것은 아닌지, 내면에서 일어나는 ‘성찰’의 내용은 무엇인지 더 많은 드러내기가 필요해 보인다. 이들이 느끼는 혼란스러움의 감정, 대상과 상황에 따른 특수한 접근이 지금의 이원론적 동성애 논쟁과 개신교의 경직된 인식론에 균열을 보여주는 지점은 아닐까. 그래서 비종교엘리트의 의견과 감정이 그 ‘혼란과 낯설음’으로 그대로 이야기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지와 적대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 ‘감정’이라면, 이들이 느끼는‘혼란스러움’은 그 자체로 적극적 반대자들과는 구분되는 특징이기 때문이다.

감정이 의례를 통과할 때 드는 의문
  발표자의 논문에 따르면 적대적 집단은 타자에 대한 분노와 타자로부터의 위협을 원동력으로 삼는다. 한편으로는 이 분노를 계몽이라는 구체적인 전략으로 실현하고 있다. 분노가 전략으로 바뀌는 전환기에 감정 이상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자원과 정상성에 대한 구조적 지지가 작동하는 부분은 아닐까 생각한다. 운동의 전략적 접근, 현상과 기능에 대한 연구가 요청되는 지점이다.
  우호적 집단은 의례를 통하여 참여와 성찰의 기회를 가지고 애도와 치유의 목적을 달성하고, 자부심과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공유한다. 적대적 집단이 대형 예배당, 찬송가, 빈번한 구호, 사회적의 독려가 있는 의례를 통하여 의롭다는 만족감(정의)과 기쁨을 경험하는것과 대비되면서도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적대적 집단은 행위의 원동력으로 의로움(정의감)을, 우호적 집단은 자부심과 분노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인데, 어느 지점에서 각 집단에 의해 동원되는 감정의 속성이 모호해 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감정의 차원은 여전히 같은 그룹 내에서 공유되는 특성이라는 점에서 유의미 하지만 결국 비슷한 감정 ‘분노’, ‘정의감’이 향하는 대상, 지지받는 위치와 같은 맥락과 신념(종교)의 문제가 다시 개입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개신교인 성소수자에 대하여
  한편, ‘감정’을 키워드로 개신교의 동성애 논쟁을 읽는다면 가장 첨예한 내적, 외적 감정적 대립을 겪고 있을 이들은  개신교인 성소수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개신교인 성소수자들이야말로 보수적인 교리나 조직 규범으로 설명 할 수도, 설득될 수도 없는 영역에서 적대와 옹호를 고스란히 소화해내야 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개신교인 성소수자들에게는 적대와 옹호 구분과는 별개의 방식으로 이 논쟁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교회 공동체 내 아웃팅에 대한 두려움과 비가시화와 혐오에 대한 분노, 혹은 또 다른 방식으로 이 논쟁의 양가성을 고스란히 겪어내고 있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대다수의 개신교회와 교인들이 그러하듯이 죄인됨과 거듭남의 두 감정을 적절히 타협시키고 있을 수도 있겠다. 개신교인 성소수자의 정치적 위치는 본 논문이 제안한 ‘적대’와 ‘우호’의 구도를 벗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다. 비록 본 연구는 종교 엘리트라 볼 수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수행하였으나, 연구 중에 만난 이들, 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개신교인 성소수자의 감정 문제에 관해 보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발표자는 20년대 이후 개신교의 재편에 관한 기존 종교 사회학 연구와 달리, 동성애 논쟁에 참여하는 개신교 주체 중 보수 개신교 내 소위 ‘개혁적 보수집단’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선행 연구에서 개혁적 보수로 지칭되었던 주체들이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 ‘개신교 우파’ 세력과 거의 입장을 같이 했다고 하셨는데, 아주 중요한 발견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영역에서 기존 보수교회와 구별되는 정치적 입장을 밝히던 집단이 섹슈얼리티와 젠더 정치의 영역에서는 기존의 보수교회와 구분하기 어려워 보인다. 교회 내 성폭력 문제, 교단 정치의 여성 과소대표성, 여성안수제, 성 역할 고정관념에 근거한 성서 해석과 정상가족 중심의 교회 제도 등 한국 교회 내 산적한 과제들에서 교회는 숱한 타자들을 양산했다. 한국 개신교회 동성애 논쟁에서 드러나고 논의되어야 할 것은 동성애자들과 동성애의 죄성이 아니라, 한국 개신교회의 억압적 섹슈얼리티 담론과 몰젠더한 권위적 속성 그 자체다. 감정이 넘치는 동성애 논쟁 외에, 방치되고 있는 각종 문제에서 이를 분석하고 드러낼 어떤 감정의 실마리라도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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