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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둘러싼 현대정치철학의 고민들-아감벤, 랑시에르, 발리바르의 인권론을 중심으로 -1

 


2007년 방리유 폭동(사진 출처는 르몽드 2007.1.27)


지구상의 모든 주민이 자본주의의 질서에 따라 살아가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 그것이 아마도 신자유주의적 전지구화에 대한 대표적인 통념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과 달리 신자유주의 시대에 자본주의로부터 배제되는 지역들과 인구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들이 이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제출되고 있다. 가령 폴 베로크는 제3세계와 서구와의 관계가 더 이상 착취-피착취의 관계로 설명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서구 사회는 제3세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1) 제3세계는 이제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배제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FDI의 흐름 역시 보여주고 있다는 바이다. 대부분의 자본은 중심부에서 중심부로만 이동하고 일부 자본만이 발전도상국에 투자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에는 그 일부도 주로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현재 자본의 투자대상은 중심부 국가들, 그리고 중국과 그에 연계된 인근 국가들에 집중되며 그 외 나머지 국가들은 자본의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2) 백승욱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노동력이 싼 많은 지역들이 오히려 대부분 배제된 채로 남고, 덩치가 큰 몇 곳 만 자본의 유입이 진행된다"는 것, "자본이 아예 안 들어가는 지역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3)


전지구적 차원에서 배제되는 지역들이 증가하는 현상과 더불어 중심부 국가 내부에서도 배제되는 인구집단과 공간 역시 증대되고 있다. 국가의 총량적 경제지표를 상승시켜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지지 못한 인구집단(그것이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의 삶은 더 이상 국가가 적극적으로 관리하거나 돌보지 않는다. 그저 방치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내부적 배제를 잘 보여주는 곳이 서구의 게토지역이다. 포드주의 시대에 게토는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던 지역이었지만, 제조업이 정보, 금융, 서비스산업으로 이전되는 포스트포드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게토는 '직업이 없는 곳'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게토의 커뮤니티 기능까지 붕괴되면서 이곳은 전형적인 배제된 자들의 공간이 되었다.4) 로이 와캉은 게토가 착취조차 당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인간들'이 대량생산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고 파악한다. 이와 유사한 현상은 한국에서도 진행 중이다. 고병권은 한국사회의 본격적 신자유주의화 이후 '국민' 가운데 일부를 '국민'으로부터 배제하는 현상을 '내부 난민화'라고 지적한바 있다.5)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자국의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배제된 인구집단을 그는 내부난민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배제는 폭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배제와 관련된 폭력은 두 가지 층위로 진행된다. 배제를 실행하는 권력에 의한 폭력과 배제된 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 권력에 의한 배제의 폭력은 무엇보다 배제된 자들의 저항을 분쇄하는 강력한 경찰적 활동으로 나타난다. 가령 브라질에서는 1990년부터 수백만 명의 집 없는 거리의 아이들이 생겨나자, 국가 경찰이나 상점주들이 구성한 자경단이 이 아이들을 학살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레이건 집권기에 시민들의 일상에 대한 사법적, 치안적 개입이 강화되었고, 9.11 이후 부시정권에 의해 제정된 '국토안보법'에서 그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작은 정부가 주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밀정보기관, 공안기관의 기능과 예산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경찰의 권한 특히 정보의 탐지, 수집 및 처리권한은 확대되고 있다."6)


폭력은 또한 배제된 자들 사이에서도 발생한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에서는 어린이들이 다른 어린이들을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죽이는 일이 다반사이며, 프랑스 파리 외곽지역인 방리유에서는 아랍계 실업 청년들이 또 다른 이민자들이나 여성들을 폭행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이뿐인가? 우리가 잘 아는 소말리아에서 일어난 잔혹한 학살, 미국 게토에서 벌어지는 흑인들과 푸에트리코 청년들의 도시전쟁, 가출청소년들이 자행하는 노숙자들에 대한 폭행 등등...현재 배제된 자들은 분노를 서로에 대한 무의미한 폭력으로 드러내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전지구화와 더불어 배제된 나라들이 증가하고, 잘 사는 나라들에서는 배제된 인구집단들과 공간들이 증대되고 있다. 그리고 이 배제는 이중적 폭력으로 점철된 과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를 매개하고 조정하던 '정치적인 것'(the political)의 영역은 급속히 쇠퇴하였을 뿐만이 아니라, 그 영역 자체를 구축하는 대중적 실천의 장인 정치(politics)마저도 의미를 상실한 폭력에 의해 대체되어가고 있는 와중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인권(human right)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배제의 폭력 앞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와 같은 인권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관점에서부터 배제된 자들의 권리 구축행위로서 인권을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정치의 쇠퇴에 맞서 배제된 자들이 전면적으로 정치적 권리를 획득할 수 있는 권리의 원천으로서 인권을 파악하는 입론들이 인권과 정치의 관계를 중심으로 제출되고 있다. 이 연재에서는 죠르죠 아감벤, 자끄 랑시에르, 에티엔 발리바르가 전개하는 인권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고 오늘날 우리의 상황 속에서 인권의 정치가 가지는 가능성을 검토해보고자 한다._정정훈(CAIROS 공동대표)




1) 다니엘 코엔 지음, 이광호 옮김, 『세계화와 그 적들』, 울력, 2007, p.8에서 재인용


 

2) 백승욱, 『자본주의 역사강의』, 그린비, 2007,p.338-339


 

3) 같은 책, p.339


 

4) 사카이 다카시 지음, 김은주 옮김, 『폭력의 철학』, 산눈, 2007, p.29


 

5) 고병권, 「불안시대의 삶과 정치」, 연구공간 수유+너머 2008 봄강좌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한국사회" 강의록, 2008, 미간행


 

6) 이계수,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와 경찰국가의 강화>, 액트온 자료실.

http://act.jinbo.net/webbs/view.php?board=policy&id=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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