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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언어, 소통, 혁명 [김상범] 1. '안녕들' 대자보는 그동안 무의미/무가치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던 '안녕'이라는 기호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다. 너무나 일상적으로 반복되어서 사용되다보니 무의미하고 무가치하게 여겨졌던 이 기호에 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만남에서 "안녕?"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이것은 진정으로 그 사람이 '안녕'한지를 묻는 질문이 아니라,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서 사람들은 '타자'와의 근원적인 조우나 근원적인 만남을 회피해왔다.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타자'와의 깊은 유대관계를 파괴함으로써 '타자'의 안녕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못하게 하고, 오직 자신의 안위와 안녕만을 추구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왔던 우리는 과연 '안녕'했던가? '안녕들' .. 더보기
[서평] 국가도 자본도 없는 사회 <폭력의 고고학> 우리는 흔히 국가 없는 사회를 미개한 사회라고 부르며, 인류 문명의 유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성숙한’ 사회라고 생각하곤 한다. 이러한 진화론적, 계몽주의적 사고방식은 우리의 두뇌를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사유에 의하면 국가 없는 사회는 “불완전하고 미완성되어 있으며, 따라서 성장해야 하고 어른이 되어야”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타당한가? 피에르 클라스트르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역사가 연속적이고 필연적으로 발전한다고 주장하지만, 클라스트르는 이러한 “광신적 연속주의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 있는 사회’를 지배하는 원리와 ‘국가 없는 사회’를 지배하는 원리는 완전히 이질적이다. 따라서 이 두 종류의 사회 사이에는 ‘불연속성’과 ‘통약불가능성’이 도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더보기
[서평] 보드리야르 <기호의 정치경제학 비판> 1. 보드리야르는 '기호'와 '상징'을 구별한다. 기호는 체계 속에서의 차이와 대립에 의해 의미가 산출되는 반면에, '상징' 혹은 '상징적인 것'은 객체화될 수 없고 따라서 체계화될 수 없다. 보드리야르에 의하면 이렇게 상징적인 것을 기호로 환원시키는 것이야말로 현 체제의 이데올로기의 작동방식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상징적인 것의 이러한 기호학적 환원이 바로 이데올로기 과정을 구성"(p.102)하기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가 시간의 '태양'은 더 이상 종교적인 상징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농부의 노동에서 찾아 볼 수 있던 저 자연력의 양면성"(p.102)을 가지고 있지 않다. '태양'은 오히려 '무-태양'과의 대립에 의해 긍정적인 의미가 부여된다. 이데올로기와 물신숭배는 이와 같이 '차이'.. 더보기
우리는 누구를 ‘내 몸처럼’ 여기는가? 스포츠내셔널리즘과 동포애 마르셀(CAIROS) #1 선수 입장스포츠를 전공으로 삼고, 스포츠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지도 몇 년이 흘렀다. 처음 마음먹었을 때만 하더라도, 사회과학적 혹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스포츠를 해석하는 일이 보기 드물어 나름 이게 블루오션이 될 거라는 생각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한윤형처럼 머리 좋고 글 잘 쓰는 사람들까지 스포츠 평론에 나서는 요즈음이다 보니 스포츠에 대해 내가 무언가를 덧붙인다는 게 주저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를 해보자면 - #2 애국가 제창독일출신이지만 독일에서는 별로 인정을 못 받고 2차 대전 통에 영국으로 건너가서 곰 인형에 눈 붙이면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나가다가 말년에 대박을 터뜨려 유명해진 학자 엘리아스, 그렇게 유명해지는 바람에 ‘아도르.. 더보기